결혼식 축의금, 5만 원은 민망, 10만 원은 버겁다
청첩장을 받는 순간 축하의 마음과 함께 축의금 액수를 고민하는 하객들이 늘고 있다. 예식장 식대와 결혼 준비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결혼식은 예비부부뿐 아니라 참석자에게도 체감 물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물가 흐름이 결혼 문화에도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가까운 지인에게 5만 원, 친한 사이에는 10만 원을 내는 식의 암묵적 기준이 통했지만, 최근에는 이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주요 예식장의 식대가 8만 원대를 넘어선 데다 일부 고급 예식장의 경우 1인당 식대가 10만 원 안팎까지 오르면서다. 하객 입장에서는 5만 원을 내면 식대에도 못 미친다는 부담이 생기고, 10만 원을 내자니 매번 지출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제 서울 지역 예식장 평균 식대는 처음으로 8만 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가 예식장의 식대 인상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예식장 식대는 그동안 축의금의 사실상 기준선 역할을 해왔다. 하객이 낸 축의금이 최소한 식사 비용은 충당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대가 10만 원에 가까워지면서 ‘기본 축의금’으로 여겨지던 10만 원도 더 이상 넉넉한 금액이 아니게 됐다.
축의금 지출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 전자상거래 앱을 통해 송금된 축의금 평균액은 지난해 10만6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모바일 송금이 보편화되면서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축의금을 보내는 문화가 확산된 점도 평균 금액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참석 여부에 따라 축의금 액수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청첩장과 간편 송금이 일상화되며 불참하더라도 일정 금액을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하객 부담만 커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비용 부담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예식장의 평균 계약 비용은 1788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1%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을 뜻하는 이른바 ‘스드메’ 비용까지 더하면 결혼 준비 비용은 평균 2112만 원에 달한다. 예식장 대관료와 식대, 꽃 장식, 사진·영상 촬영, 혼주 메이크업 등 부대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체감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지역별 비용 격차도 결혼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평균 결혼 비용은 3419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산 지역 평균 비용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인기 예식장의 경우 주말 황금시간대 예약 경쟁이 치열해 추가 비용이 붙거나 선택 가능한 패키지가 제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식 날짜와 시간, 지역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예비부부 사이에서는 “결혼식도 양극화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결혼 관련 비용 상승은 단순히 예식장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식 물가, 인건비, 임대료, 원재료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예식장 식대에는 음식 재료비뿐 아니라 조리 인력, 서빙 인력, 공간 운영비가 모두 포함된다. 꽃 장식과 드레스, 사진 촬영 등 부대 서비스 역시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줄고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식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부 예비부부는 하객 수를 줄이거나 소규모 예식을 선택하고 있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간소한 예식, 가족 중심의 스몰웨딩, 평일 예식 등을 고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반대로 부모 세대의 체면과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의 예식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결혼식이 개인의 행사이면서 동시에 가족과 사회관계가 얽힌 의례라는 점에서 비용 조정이 쉽지 않은 셈이다.
하객들 사이에서도 축의금 기준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직장 동료나 가벼운 지인에게는 5만 원, 가까운 친구나 친척에게는 10만 원 이상을 내는 관행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관계의 친밀도뿐 아니라 예식장 위치와 식대, 참석 여부까지 고려하는 분위기다. 여러 결혼식이 한 달에 몰릴 경우 직장인과 청년층에게는 적지 않은 고정 지출로 작용한다.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축의금 부담은 생활비 압박의 또 다른 항목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 비용 상승이 저출생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결혼 준비 단계에서부터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혼인 자체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청년층 사이에서는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에 더해 결혼식 비용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결혼식 비용이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굳어질수록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축의금 고민은 단순한 예절 문제가 아니라 고물가 시대의 소비 부담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예비부부는 예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하객은 축의금 액수를 두고 부담을 느낀다. 식대와 예식 비용이 계속 오르는 한 ‘5만 원이냐 10만 원이냐’의 고민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워 보인다.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은 그대로지만, 그 마음을 돈으로 표현해야 하는 현실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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